Book Review20 <마산>, 잘피가 돌아왔다. 모두가 바다의 무늬를 보는 건 아니다.은 2024년 11월 출간된 김기창 작가의 장편소설입니다. 김기창 작가는 고독사 문제를 다룬 장편소설 로 2014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했습니다. 이후로도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다룬 , 단편집 등의 작품에서 사회적 문제의 한가운데서 흔들리는 인물들을 꾸준히 그리고 있습니다. 전작 중에서는 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는 '고독사를 다룬'이라는 납작한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입체적인 작품입니다. 홀로 사는 노인을 그리고는 있지만 흔한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의 흐름이 펼쳐집니다. 빈곤하고 고독한 일상을 견뎌내는 노인, 혼자서 맞아야 하는 고약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이야기를 예상했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작가는 흥미로운 형태의 대안적 가족을 .. 2025. 4. 6. <평범한 인생>, 모든 것을 포함한 찬란한 평범함 진정하고 찬란한 평범한 인생은 카렐 차페크(Karel Čapek, 1890~1938)의 1934년 작품입니다. 차페크는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지만 국내에서는 대중에게 널리 읽히는 작가는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차페크가 에세이나 희곡, 동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들을 발표한 탓에 그의 글을 사랑하는 독자들도 여기저기 산재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에는 , 등의 에세이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차페크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일곱 차례 이상 올랐지만 정치적인 입장을 뚜렷이 밝혔다는 이유로 수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차페크의 어떤 매력이 그를 체코 대표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했을까요? 카프카의 독자들은 그가 엮여가는 고유한 사유의 흐름을 .. 2025. 3. 18. <마리아>, 나는 관습보다는 감정을 묘사하고자 했다. 여성의 고난 는 영국의 여성작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가 쓴 여성주의 소설입니다. 메리는 1792년의 여성의 권리옹호 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an>로 이름을 알리며 급진적인 사상가로 활동했습니다. 여성의 권리옹호>는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와 같은 개혁적인 사상가들이 '인권'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여성은 교육이 필요하지 않으며 "남성에게 더욱 종속되며, 남성의 곁에서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으로 족하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반론으로 집필되었습니다. 이후 여성의 권리에 관한 자신의 주장이 대중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픽션'을 택합니다. '여성의 오류' 또는 '여성의 고난'으로 번역되는 를.. 2024. 4. 9. <토니오 크뢰거>, 어느 세계에도 안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 모든 게 어떻게 될 것인가?는 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토마스 만( Thomas Mann, 1875~1955)이 25세에 발표한 자전적 소설입니다. 열린책들 35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단행본 시리즈로 읽었는데 크기도 작고 비교적 적은 분량이라 출퇴근 길 지하철에서 가볍게 읽으려고 가방에 넣어갔다가, 난해하고 장황한 문체에 지하철에서 선 채로는 쉽게 읽을 수 없어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19~20세기 근현대 독일을 살아간 지식인의 자전적 소설이라니 이해가 될 법도 합니다. 당시 독일의 지성사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에서도 토마스 만은 번민과 고통에 사로잡혀 바들거리는 깨질듯한 투명한 유리 같은 지식인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이 책은 예술가적 기질이 충만한 소년 토니오.. 2024. 2. 28.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