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0

<쇼코의 미소>, 나를 조금 돌려 놓아줄래? 나는 무슨 일인지 이상한 우월감에 사로잡혔다.는 최은영 작가의 2013년 등단작입니다. 학창 시절 즐겨 읽었던 소설은 공지영, 신경숙, 김형경 등 소위 운동권 후일담 소설이었습니다. 그들의 소설에는 주로 신경증적 증상을 보이는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그런 소설들을 주로 읽으며 자라온 나에게 최은영의 소설은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내 또래의 작가가 내 시절에 유행하던 풍의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시대가 오는구나 싶은 생각에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최은영 작가는 전혀 다른, 단단하고도 다정한 길을 소복소복 걸어가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등단작인 는 문득 생각이 날 때마다 다시 꺼내보게 되는 작품입니다. 는 흔하지 않은 설정인, 할아버지와 손녀의 이야기가 일본인 소녀 .. 2024. 1. 1.
<채링크로스84번지>, 거기 당신은 안녕하신가요? 책을 찾아봐주시겠습니까? 는 미국의 작가 헬렌 한프 Helene Hanff가 영국의 중고책 서점인 '마크스 서점'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엮은 책입니다. 그들의 편지는 1949년부터 1969년까지, 20년을 이어졌습니다. 헬렌 한프가 쓴 다른 글들은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와 마크스 책방이 주고받은 사적인 편지들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오래 사로잡았습니다. 오래된 중고책 서점으로 필요한 책의 목록을 편지에 써서 발송하는 미국의 가난한 작가와 청구서를 동봉해 답신하는 서점 직원 프랭크, 그들이 주고 받은 편지들이 지금의 우리에게 매우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요즘은 작은 서점들도 고유의 인스타그램이나 이메일 정도는 대부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점에 궁금한 점이 있.. 2023. 11. 26.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 당신의 밤하늘은 고요한가요 조종사 생텍쥐페리가 밤하늘에 띄운 숭고한 찬가 은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 de Saint-Exupery, Antoine가 1931년 발표한 작품입니다. 그는 대표작 를 쓰기 10여 년 전, 아르헨티나 비행 항로 개척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항공사가 야간비행을 시작했던 초창기, 종사자들의 용기와 희생을 실감 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생텍쥐페리는 1944년 7월 31일, 혼자 정찰 비행을 나갔다가 자신의 비행기 '록히드 P-38라이트닝'과 함께 실종되었고, 당시는 전쟁 중이라 수색이 불가능해 격추되었을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비교적 최근인 1998년에 마르세유 바다에서 한 어부의 그물에 생텍쥐페리의 신분 인식 팔찌가 걸려 올라왔고, 2003년에 그의 비행기로 추정되는 .. 2023. 11. 21.
<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201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가즈오 이시구로는 1954년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유년기 이후 영국으로 이주하여 영어로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1989년 이 부커 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2005년 는 이 선정한 '100대 영문소설'로도 선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아무래도 2017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후입니다. 수상 당시 "프란츠 카프카와 제인 오스틴을 섞은 듯한 작가"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근현대 영국 풍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주를 이루지만, 잔잔하면서도 섬세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묘하게 동양적인 차분함을 담고 있어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인 듯합니다. 이 책은 장기 이식용으로 사육되던 클론들의 반란을 다룬 영화 와도 같은 .. 2023. 11. 20.